밖에 나갔다가 유카타를 입고 지나가는 여자를 봤다. 축제? 불꽃대회? 그러고 보니 지금은 7월이고, 여름이다. 일본의 여름은 그 특유의 축제 문화가 꽃을 피우는 계절이지. 근데 나는 올해의 여름이 낯설다. 날씨만 더워졌을 뿐이지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 이 축제의 여름을 즐기고픈 마음도 눈꼽만치도 없다. 다만 시간들에 대한 강박으로 머리속이 가득하다. 단지 그것 뿐이다.
우연히 데이즈드컨퓨즈드코리아 사이트에 들렀다가 김윤아의 인터뷰를 읽었다. 그때 음악창고에서 했던 말과 같은 내용을 포함, 고개가 끄덕여지는 인터뷰여서 일부를 긁어 왔다.
Q진짜 묻고 싶은 건 사실 이거에요. 타이틀곡인 ‘도쿄 블루스’를 비롯해 많은 곡이 외로움을 표현한 노래라고 했어요. 근데 김윤아는 지금 외롭지 않잖아요.
A지금 내가 외로워야 그 외로움을 문장에 승화시킬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아픔이라는 게 숙성 기간을 거쳐서 몸 밖으로 꺼낼 수 있는 시점이 되어야지 다른 사람과 그 얘길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 그렇지 않아요? 내가 준비가 안 됐는데 그걸 어떻게 꺼내놓을 수 있어요?
결핍이라는 건… 저에게는 선천적인 부분이에요. ‘오늘 내가 뭘 먹고 누구를 만나고 얼마만큼 행복했느냐’에서 결정되는 사항이 아니라 내 인격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형성됐는가에 따라 결핍의 요소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해요. 결혼해서 행복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고, 아이도 있고, CF에도 ‘의외의’ 모습으로 나오는데 왜 그런 음악을 하는지. 왜 어둡고 힘든 노래를 하는지. 저는 그 질문이 이해가 안 돼요. 왜냐하면 앨범은 제 일기가 아니거든요. 그렇지 않나요?
Q엄마들 대부분이 아이를 키울 때 자아를 포기하는 데서 오는 상실감으로 ‘나르시스틱 인저리’라는 심리적 질환을 앓아요. 그런데 김윤아는 나르시시즘이 강한 뮤지션이에요. 두 감정의 강렬한 충돌은 없었나요?
A엄마들 대부분이 그런 과정을 겪는 건 사실인데, 다행히 저는 그런 갈등이 거의 없었어요. 오히려, 뭐랄까…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획득했다고 느꼈어요. 보통 사람들은 엄마가 아이에게 사랑을 많이 주는 것처럼 생각을 해요. 저도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고요. 그런데 막상 아이가 태어나니까 오히려 엄마가 아이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남편에겐 미안하지만 전에는 이런 식으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정말 맹목적인 사랑이에요.
Q소설가 김연수는 당신을 ‘이 여자는 단순히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여자 같다’고 했어요. 그건 누군가의 지극히 섬세하고 내밀한 감성을 포착하는 김윤아의 ‘촉’이 날카롭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고 삶이 편해지면 이 ‘촉’이 무뎌지기 마련이잖아요. 그런가요? 대부분 그렇죠. 김윤아가 그렇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날선 촉을 끊임없이 외부로 향하게 하기 위해 당신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를 물어보고 싶어요.
A일상의 김윤아와 노래를 만드는 김윤아를 분리해요. 이건 나쁜 습관일 수도 있는데요. 살다보면 ‘화’가 쌓이잖아요. 그걸 일상 속에서 일일이 터뜨리면 나도 힘들고 모두가 힘들어요. 그걸 차곡차곡 다 모아놨다가 한꺼번에 끄집어내서 노래에 다 퍼부어요. 그런 습관을 들였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좋은 방법이라는 걸 느껴요. 저는 제 안의 뜨거운 무엇, 나쁜 마음, 앙금 같은 것을 음악으로 계속 뱉어내고 많은 사람 앞에서 큰 소리로 노래하니까 오히려 일상이 평안해요. 편하고 좋아요. 굳이 노력을 꼽으라면, 이게 저의 노력이겠네요. 그리고 원래 예민하기도 하고요. 꿈도 예민하게 꿔요. 기본적으로 무뎌질 수 없는 타입인 거죠.
Q엄마인 김윤아, 아내인 김윤아도 김윤아지만 온전히 한 존재로서의 김윤아도 있잖아요. 그 김윤아를 잃지 않기 위해 경계하는 건 뭔가요?
A저는 거꾸로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왜 다들 여자가 결혼을 하면 전과 달라진다고 생각하나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많은 사람이 여자가 아줌마가 되면 아줌마라는 단어에 포함된 이미지를 다 갖게 된다고 생각해요. 여자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근데 저는 그런 생각들이 참 이상하고 희한해요. 그리고 여자가 아줌마가 되면 그게 왜 나쁜 것인지 그것도 궁금해요. 그게 나쁜 건가요? 엄마가 되는 게 나쁜가요? 아티스트가 아줌마면 안 되나요? 그것도 되게 이상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일반적인 부류에 포함시키면 불쾌해해요. 그런데 자기가 아닌 ‘남’은 쉽게 ‘일반화’해버리죠. 그것도 신기해요. 그래서 전 오히려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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